요즘 뉴스에 스테이블코인이라는 말이 자주 나오던데, 이게 정확히 뭐야? 비트코인이랑 다른 건가?
쉽게 말해서 ‘가치가 1달러로 고정된 암호화폐’라고 보면 돼.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은 하루에도 가격이 수십 퍼센트씩 널뛰기하잖아? 반면에 스테이블코인은 달러나 금 같은 현실의 안전 자산을 담보로 잡거나 특수한 시스템을 써서 항상 1코인 = 1달러를 유지하도록 설계된 자산이야. 암호화폐 시장의 ‘현금’ 같은 존재지.
그런데 그냥 진짜 달러나 원화를 쓰면 되잖아. 왜 굳이 귀찮게 코인으로 바꿔서 써야 하는지 잘 납득이 안 가는데?
기존 금융망(SWIFT)이 가진 한계를 블록체인 기술로 넘어서기 위해서야. 기존 은행은 주말에 문을 닫고, 해외 송금을 하려면 수수료도 비싸고 며칠씩 걸리지? 스테이블코인은 전 세계 어디든 24시간 365일, 단 몇 분 만에 송금이 끝나.
여기에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라는 기술을 쓰면 돈 자체에 프로그래밍 코드를 심을 수 있어. “조건 A가 만족되면 대금을 자동으로 지급해라”처럼 사람이 개입하지 않는 자동 금융 시스템을 만들 수 있지.
아, 일종의 인터넷 전용 달러인 셈이구나. 그럼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이름을 가진 구체적인 코인이 딱 하나 있는 거야?
아니, 자동차라는 카테고리 안에 아반떼, 그랜저가 있는 것처럼 스테이블코인도 가치 고정을 목표로 하는 코인 종류들을 통틀어 부르는 일반 명사야. 달러를 추종하는 USDT(테더)나 USDC(써클)가 현재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서 가장 유명하지만, 유로화를 추종하는 코인도 있고, 금 가격을 따르는 코인도 있어.
구조를 보니깐 발행 회사(테더, 써클 등)에 진짜 달러를 맡기면 코인을 내어주는 약속 기반이잖아. 만약 1970년대에 미국이 금태환을 정지했던 것처럼, 이 회사들이 갑자기 “배째라” 하고 달러 안 돌려주면 시스템이 다 망하는 거 아냐?
정확한 지적이야. 그걸 금융학에서는 ‘거래상대방 위험(Counterparty Risk)’이라고 해. 실제로 2023년에 USDC 발행사가 자금을 넣어둔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면서, 1달러 약속이 깨지고 0.87달러까지 폭락했던 ‘디페깅(De-pegging)’ 사태가 있었어. 담보 없이 알고리즘으로만 버티던 한국계 코인 ‘테라·루나’는 아예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되기도 했고. 그래서 이 시장은 발행사의 ‘신뢰도’가 전부야.
발행 회사들은 자선사업가가 아닐 텐데 돈을 어떻게 벌어? 우리가 100달러를 맡길 때 수수료를 떼서 코인을 좀 적게 주나?
개인이 거래소에서 살 때는 발행사가 아니라 거래소에 수수료를 내. 기관 투자자가 직접 발행사에 입출금할 때는 약 0.1%의 수수료를 떼긴 하지만, 그건 부수입이야.
진짜 핵심 수익 모델은 ‘무이자 조달을 통한 국채 투자’야. 테더사는 고객들에게 이자를 단 1원도 주지 않고 수십조 원의 달러를 예치받아. 이 돈으로 연 4~5% 이자를 주는 미국 단기 국채(T-bill)를 사서 묻어둬. 위험 없이 앉아서 매년 수조 원의 이자 수익을 독식하는 엄청난 비즈니스지.
그렇구나. 그럼 최근 1년 동안 실제 달러 대비 USDT나 USDC의 가격 변동폭은 얼마나 컸어? 위태로운 적이 있었나?
최근 1년(2025~2026년 기준)만 놓고 보면 1% 미만의 극히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어. USDT는 약 0.28%, USDC는 약 0.92% 안에서만 미세하게 움직였거든.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나들다 보니 국내 거래소에서 수십 원씩 널뛰기하는 것처럼 보였을 텐데, 그건 ‘김치 프리미엄’ 때문에 생긴 착시야. 반면 담보가 부실했던 실험적 코인들은 지난 1년 사이 반토막이 나거나 퇴출당하기도 했지.
방금 말한 알고리즘 코인들은 안정적이지도 않은데 왜 스테이블코인이라고 불러?
‘결과’가 아니라 ‘설계 목적’이 기준이기 때문이야. 자동차가 고장 나서 멈춰 서도 여전히 자동차라고 부르듯이, 가치가 폭락해 실패했더라도 ‘1달러 유지를 목표로 메커니즘을 짰던 코인’이라면 스테이블코인의 역사적 갈래로 분류되는 거지.
미국에서 ‘지니어스법(GENIUS Act)’이라는 스테이블코인 법을 통과시켰다고 들었어. 어떤 내용이 담겼어?
가짜 스테이블코인을 걸러내고 달러 패권을 쥐기 위한 법이야. 핵심은 딱 5가지야.
- 1:1 준비금 의무화: 코인 발행량만큼 실제 현금이나 미 국채를 쌓아두고 매달 감사받을 것.
- 발행 자격 제한(PPSI): 검증된 은행이나 정부 승인을 받은 금융기관만 발행할 것.
- 증권 규제 제외: ‘결제 수단’으로 못 박아 규제 리스크 해소.
- 발행사 자체 이자 지급 금지: 투자 상품화 방지.
- 자금세탁방지(AML): 범죄에 사용된 지갑 속 코인을 동결·소각할 수 있는 기술적 장치 의무화.
법안 조항들이 엄청 꼼꼼하네. 월스트리트의 전통 은행들이 이 틈을 타서 본격적으로 진입하려고 준비 중이라던데, 어떤 식이야?
은행 입장에서는 테더사 같은 크립토 스타트업이 국채 이자를 독식하는 걸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거든.
JP모건이나 씨티그룹처럼 자체적인 ‘예금 토큰(Deposit Token)’을 발행해서 기업 간 결제망을 선점하고 있어. 직접 발행하지 않는 대형 은행들은 서클(USDC) 같은 발행사들의 자산을 대신 보관·운용하는 수탁(Custody) 비즈니스로 돈을 벌지. KYC가 확실한 기관들만 참여하는 프라이빗 블록체인 연합을 구축하기도 하고.
시장이 점점 제도권 금융으로 흡수되는 느낌이네. 마지막으로, 개인이 스테이블코인으로 은행보다 높은 이자를 받는 ‘디파이(DeFi)’ 원리가 뭔지 쉽게 설명해 줘.
중간에 ‘은행’이라는 비싼 중개자를 빼고, 그 마진을 코드가 유저에게 직접 나눠주기 때문이야. 원리는 크게 두 가지야.
- 대출 풀 예치 (Lending): 비트코인을 담보로 달러를 빌려 가려는 사람들에게 내 코인을 빌려주면, 대출 이자가 은행 마진 없이 고스란히 나에게 들어와. (보통 연 4~10%)
- 유동성 제공 (Liquidity Providing): 블록체인 자동 환전소에 내 스테이블코인을 채워두면, 유저들이 코인을 바꿀 때마다 내는 거래 수수료(0.05~0.3%)를 초 단위로 분배받게 되지.
다만 플랫폼 코드가 해킹당하거나 코인 자체가 무너지면 원금 보호가 안 된다는 리스크는 항상 인지해야 해.